-이주노동자 ‘폴’ 인터뷰
폴(31세)은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로 산재 치료를 받으며 상담소 쉼터에서 머물고 있다. 1층 도서관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얼굴이기도 하다. 많은 이주민들이 한국 음식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폴은 김치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외국인은 손도 못 된다는 된장국도 처음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한국인들 스스로 나쁜 습관으로 언급하는 ‘빨리빨리’ 문화도 그의 눈에는 마냥 좋게만 보인단다.
폴은 단기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들어왔지만 한국에 오래 거주하며 진학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살고 싶은 것이 소원이다. 그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김해외고 2학년 정재익 학생이 영어 인터뷰를 도와 주었다.
한국에 언제 왔나?
-2006년 6월에 왔다.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한국 말고도 더 있다. 말레이시아, 대만도 있고, 멀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밀레이트의 두바이 같은 중동권도 있다. 당신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인가?
-무엇보다 월급이 다른 곳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도 편해 보였다.
여기 오기 전에 한국이나 한국인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은 경제 성장에서 성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이 술을 잘 마신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국에 와서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좋다.
일하다가 산재를 당하여 치료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쾌하지 않은 일을 물어서 미안하다. 얼마나 다쳤는지 말해줄 수 있나?
회사에서 일하다가 이렇게 되었다. 회사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기계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손가락을 그 안에 넣었다가 빼지 못해 (오른손 검지 끝이) 잘렸다.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보다 산업재해율이 훨씬 높다는 통계가 있다. 2008년 노동부 통계에서 이주노동자의 재해율은 내국인 노동자보다 36.6% 상회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주민 지원 단체들이 정부에 큰 목소리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는데 정부의 반응은 느린 것 같다. 부디 치료와 보상을 잘 받기를 빈다.
화제를 돌려보자. 여기 사람들은 당신이 늘 웃는 표정이라고 한다.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고 명랑한가?
-(웃으며) 그렇다.
한국과 필리핀은 많은 면에서 다를 것이다. 혹시 한국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나?
-사람들이 욕을 많이 한다는 점에 놀랐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호의적이고 좋다. 남의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욕은 아니고, 친한 사이에서 욕을 하더라.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로 음식을 꼽고 있다. 한국 음식은 고추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음식이 당신 입맛에 맞나?
-그렇다. 나는 필리핀에서도 맵게 먹어서 한국 음식이 입에 맞다. 김치도 좋아한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김치를 좋아했다. 한국 음식 중에서 된장국을 가장 좋아한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고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는 데 익숙해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 일을 할 때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허둥거린다. 이런 점이 이해되나?
-(폴이 웃으며 ‘빨리빨리’라고 따라 말한다.) 나는 그런 한국이 좋다고 생각한다. 필리핀에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잠 자는 일이 많은데 한국 사람들은 그 시간에 매우 열심히 일한다. 심지어 술을 마시면서도 일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해 나는 좋게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생으로서 하루 일과가 꽉 짜인 채 생활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학생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고 과제가 엄청나게 많다. 잠도 하루에 몇 시간밖에 못 잔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그렇다. 나를 포함하여 한국의 고등학생은 거의 모두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필리핀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열심히 하는 학생도 있고, 게으른 학생도 있다. 학교가 7시에 시작하면 8시에 일어나는 아이도 있다.
필리핀 학생들도 대학에 가고 싶어하나?
-대학은 가고 싶어 하지만 돈이 없어 못 가는 경우가 많다.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고등학교 때 친구랑 많이 어울려 다녔다. 그때 나는 마약에 손을 댔었다. 술도 마셨고…….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다.(웃음)
필리핀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잘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영어는 출세의 도구이다. 영어 잘 하는 사람이 취업도 잘 되고 사회에서 인정도 받는다. 필리핀에서 영어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학교에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필리핀어 과목만 필리핀어로 진행되는데 그것마저도 점점 영어화되어 가고 있다.(웃음)
한국 사람들은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지만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이 영어를 잘 하는 비결이 무엇인가? 나도 배우고 싶다.
-학교에서 영어로만 배워서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를 말할 줄 아니까 영어의 위상이 높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모르고, 도시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한다. 시골 사람들은 필리핀어를 쓰는데 (지역마다) 사투리가 심하다. 나도 사투리를 썼는데 스페인계 사투리를 사용했다.
필리핀은 세 개의 큰 섬으로 되어 있고 700개의 방언이 있다.(방언이 700개라는 말에 인터뷰를 듣고 있던 주위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세 개의 섬은 루손, 리사어스, 민다나오인데 나는 민다나오 출신이다. 민다나오는 무슬림이 많이 살고 있다. 내가 살았던 도시도 인구의 절반 정도가 무슬림이었다. 나는 카톨릭이라서 스페인계 사투리를 썼다. 필리핀의 공용어는 따갈로그인데 원래 지역 방언이다.
미국의 식민 지배와, 학교 수업에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 때문에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에 능숙한 것 같다. 한국도 오래 전에 일본의 지배를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지금도 일본어를 잘한다.
화제를 돌려보자. 한국 사람들은 신혼여행지로 필리핀을 많이 선택한다. 필리핀 중에서 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보라카이 섬과 바큐를 추천한다. 보라카이는 흰색의 해안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해변을 좋아하지 않나? 보라카이에서는 제트스키도 탈 수 있다. 바큐는 산악 지역이다. 경치가 매우 좋고 깨끗하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있다.
5년 후,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든 집에서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
필리핀에서? 아니면 한국에서?
-물론 한국에서다. 알다시피, 필리핀은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 5개월 일하고 다른 데서 일해야 되고 또 5개월 일하고 옮기고……. 나도 5개월 단위로 직장이 바뀌었다.
한국에는 아파트가 많은데, 아파트에 사는 건 어떻나?
-아파트는 별로……. 필리핀에서는 아파트가 너무 비쌌다. 나는 내 손으로 만든 집에서 살고 싶다.
소망이긴 하겠지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혹시 한국에서 학업을 계속할 길이 있다면 어떤 과목을 공부하고 싶은가?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해서 법조계로 진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