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신부(新婦)는 지난 해 12월 초에 예년보다 일찍 추위가 몰아친 한국에 왔다. 한국 남편과는 나이 차가 30살이었다. 맞선을 본 자리에서, 대학을 다니던 그녀에게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라고 했던 남자는 베트남에 장차 공장을 세울 계획이며, 그녀에게 결혼 후 공부도 계속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 오자마자 장밋빛 환상은 한 순간에 깨어졌다. 남편의 직업도, 신상도, 베트남에서 그가 했던 말과 일치하는 건 없었다. 당장 베트남에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중개업체에 지불한 돈 3,000만원을 내놓고 가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신부의 말이다.
반면 남편의 주장은 이렇다. 신부는 들어온 지 이틀도 안돼 남자에게 베트남에 가서 살고 오자고 했다. 안된다고 했더니, 최신 사양의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했다. 사줬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것을 요구했다.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일은 부담은 되지만 참을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신부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베트남 남자를 사귀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12월 중순 신부는 맨발로 거리를 뛰쳐나왔다. 입국한 지 20일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뒤쫓아 온 남편이 신부를 붙잡아 데려가려는 모습이 행인에게 목격되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여 신부를 데려다준 곳이 상담소였다.
통역을 시켜 물어보니 신부는 남편과 이혼하고 당장 베트남에 돌아가겠다고 했다. 신부는 상담소 쉼터에서 보름 가량을 더 머물렀다. 1월 초, 신부는 짐을 꾸려 가뭇없이 사라졌다. 떠나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 남편이 몇 번 상담소에 다녀가니 몹시 불안했던 모양이다. 아내가 사라졌다는 말을 전하니, 남자는 하던 일을 제치고 대번에 나타났다. 남자는 상담소를 원망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손을 떨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던 남자는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보였다. 이미 결혼 생활은 사실상 끝났고, 종적을 알 수 없게 돼버린 아내인데 무엇이 급할까.
알고 보니, 남자는 빨리 법적으로 결혼을 청산하고 다시 혼처를 물색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초 결혼중개업소에서 처음 주선해준 결혼에 실패할 경우 원래의 절반 가격에 다시 신붓감을 소개해주겠다고 계약했다는 것이다. 중개업자든, 남편이든, 그들 마음에 외국인 신부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분명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가 아내를 자신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취급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우자를 자신의 지배 아래에 있는 소유물로 보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 한, 그 남자가 다시 결혼한다고 한들 미래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사람을 일러 ‘나’와 동등한 인격을 가진 존재라고 하는 것은 흔해 빠질 정도의 진부한 표현이다. 그러나 남자에게 그 말을 이해시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신부를 구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고 남자에게 말해주려다가 말았다.
남자가 떠난 후 한 시간쯤, 남자의 아내 가출 신고를 확인하는 경찰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소에서 나간 뒤 바로 경찰서로 달려갔던 모양이다. 몹시 추운 날씨였다. 남자에게 따끈한 차를 대접하며 위로의 말이나마 건네달라고 경찰에 부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