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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상담 

 

                                        미등록 이주민은 몸도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유용수 (복지선교실 팀장)

 

26일 오전 타지마할음식점 사장 라시드의 전화가 왔습니다. 김해에 있는 파키스탄 사람이 배가 너무 아파 당장 수술해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날 오후에 방문한다고 하여 저는 상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파키스탄 사람이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 보니 어떤 승용차에 탄 외국인이 신음을 내며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환자 이름은 나가르. 함께 온 친구 말을 들어보니 지금 김해에 있는 병원에서 왔고, 김해 병원에서는 맹장이 터질 수 있으니 당장 수술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엔젤클리닉 소속 의사의 의뢰서를 쓸 겨를도 없이 그 승용차를 그대로 타고 가까운 내과의원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조금 기다려야 했고, 저는 간호사에게 김해 병원에서 받아온 진료의뢰서를 보여주며 수술이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고민하던 차에 경남이주민센터와 양해각서를 맺은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이 퍼뜩 생각났습니다. 지체하지 않고 병원으로 급히 가자고 나가르 친구에게 일렀습니다. 제 말을 그대로 따라한 친구가 운전을 거침없이 하기에 조금 천천히 가자고 하였습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진료의뢰서를 보여주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환자를 응급실에 데려갔습니다.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나가르는 현재 미등록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비가 엄청나게 많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알고 지냈던 직원 분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는 말을 듣고 막막하던 차에 원무과 차장님을 만나 면담하였습니다.

차장님은 현재 병원의 자력으로는 도와 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창원병원이 추진하고 있는 의료비지원사업에 해당하는지는 알아보겠다고 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병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예산이 상반기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업에 기대를 걸 수 없겠다고 생각한 저는 치료비를 조금이라도 깎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환자에게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나가르는 수중에 80만 원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병원에서는 150만 원 정도 나올 것이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의료비지원사업 예산이 아직 200만원이 남아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기뻐서 얼른 라시드를 통해 알려주었고, 나가르 친구에게도 알려준 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였습니다. 니가르는 비전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온 후 체류기간이 끝나고 미등록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둘 다 있었으므로 필요한 서류는 충족되었습니다. 만약 취업비자로 오지 않았으면 취업한 업체로부터 근로확인서를 별도로 받아서 제출해야 합니다. 저는 서류를 부랴부랴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술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퇴원할 때 진료비는 금액상으로는 200만원이 넘게 나왔지만 나가르는 40만원만 내고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비지원사업은 치료비 100%를 다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1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부담하는 것에 준하는 수준의 비용은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수술과 입원에만 적용되고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하고 일하고 있거나 일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비자도 없는 불법외국인한테 병원비까지 마구 퍼준다느니, 외국에서 병을 얻고 한국에 치료받으려고 일부러 들어오는 사람들을 양산한다느니 하는 말을 믿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서 알려드리는 말입니다. 중병에 걸린 사람이 한국에서 3개월만 일하면서 버티면 거의 공짜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오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몸이 아픈 사람이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한국 물정을 생판 모르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당장에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시킬 업체도 없을 테고요. 간혹 불법 브로커를 끼고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몸이 아픈 외국인에게 그런 기회가 갈 리가 없거니와 치료비용도 없는 외국인이 브로커에게 줄 돈은 있을까요. 이래저래 무리한 억측입니다.


다만 제가 아쉽게 느끼는 점은 지원 예산이 너무 적게 책정이 된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환자 1명으로 올해 창원병원의 의료비지원사업은 종료되었습니다. 창원병원 차장님은 같은 사업을 실시하는 다른 병원은 더 많이 예산이 책정이 된다고 했지만, 지역의 다른 병원은 올해 초에 벌써 소진되었습니다. 나가르가 건강보험증이 있는 체류자였다면 이런 소동을 겪지 않았겠지요. 합법취업자와 미등록취업자는 실상은 종이 한 장 차이일진대 이들이 받는 대우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납니다. 경남이주민센터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민이라고 하더라도 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하자고 꾸준히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요. 미등록 체류자에게 건강보험증을 발급하는 것이 곧 체류 자격을 합법화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꼭 법적으로 체류 자격이 있는 외국인만 이 땅에서 건강과 생명의 보호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매년 이주민의 숫자는 증가하지만 이에 상응하여 복지 혜택 늘지 않는 것은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습니다. 체류 기간이 지난 외국인에게 건강보험증 가입 자격을 줄 수 없다면 의료비지원사업 지원 금액이라도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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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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