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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이야기>

 

이주민들의 피해 의식, 누가 만드는가

 

외국인을 고용할 경우 회사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보험들이 있다. 일명 고용허가제 전용보험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보증보험’, 귀국을 지원하는 귀국비용보험, 상해 치료를 지원하는 상해보험, 그리고 퇴직금 지급을 위한 출국만기보험이다.

 

이 보험들을 하루아침에 생겨나 것이 아니라 산업연수생 제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20여년간의 이주민 유입 역사를 통해 당국이 이주노동자의 출국을 가로막고 미등록 체류를 조장했던 요인들 중 하나가 임금이나 퇴직금 체불, 출국 비용의 부족 등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중 출국만기보험은 퇴직시 회사가 지급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보험회사(삼성보험이 전담하고 있다.)에 매월 평균임금의 8.3%를 적립해 두는 것으로서, 퇴직 적립액은 실제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80~ 85% 가량 된다. 그러면 그 차액만큼은 퇴직시에 회사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간혹 보험금이 지급되니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고 차액은 안 주려는 회사가 있어 말썽이 빚어지기도 한다.

 

퇴직한 회사로부터 받을 돈이 남아있다며 필리핀 여성노동자 2명이 찾아왔다.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일부 받았지만, 아직 보험금은 수령하지 못했단다. 이들의 말로는, 회사가 보험금을 받아서 나중에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이 경우는 드물게도 회사 측에서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 대신 자신이 퇴직금을 모두 지급한 경우였다. 이들이 회사로부터 받았다는 일부퇴직금이 금액이 너무 큰 것 같아서 계산해 보니 회사로부터 받을 돈은 다 받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마 퇴직 노동자가 보험금을 손에 쥐기까지 일정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회사는 일처리를 빨리 하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럴 경우 퇴직자들은 적립된 보험금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방문자들은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퇴직 당시 회사에서 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회사가 바뀐 사실을 이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었더라면 오해가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보험금 지급만 일 년 가까이 기다리다가 찾아온 것이었다.

 

이들이 내민 급여명세서에는 각종 수당이나 세금 공제액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 정도의 체계를 갖춘 회사에서는 퇴직금 지급에 늑장 부리지 않는 것이 상례다. 또 이들이 1백만원의 퇴직위로금을 지급받았다는 서류까지 있었다.

 

의뢰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줬지만 그래도 전화를 해달라고 한다. 맥이 풀렸다. 그러면 이미 받은 돈을 되돌려주고 대신 보험금 지급을 원한다고 말해도 되겠냐고 하니까, 그제서야 입을 다문다. 퇴직위로금까지 주는 회사이니 명절 때 선물세트라도 하나 사가지고 회사에 방문을 해보라고 권하자 지금은 도산해 버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들을 돌려보내놓고 곰곰 생각해 보니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설령 자신들의 처음 주장대로 회사가 나머지 퇴직금 지급을 안했다고 치더라도, 회사로부터 퇴직위로금이라는 가외의 돈까지 지급받았고 지금은 무너진 회사인데도 망한 회사로부터 남은 돈을 다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만사를 법대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담을 의뢰한 이주민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퇴직위로금을 챙겨주는 회사는 처음 봤다.

 

그들처럼 한국인에 대한 불신에 가득 찬 이주민들을 보면 답답하다. 회사가 처음 했던 말이 있었고, 언어소통이나 정보력이 부족하고 출국만기보험을 잘 알지 못한 것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회사나 한국인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신뢰는 외국인들만의 노력으로 쌓을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간혹 상담을 하다 보면 한국 사장들은 다 나쁘다고 흥분하는 이주민들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근대적인 노동 환경이 적용되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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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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