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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이민여성의 남편


상담 의뢰인의 방문을 받다 보면 접수하기 곤란한 상담이 더러 생길 때가 있다. 곤혹스러운 상담 건을 들고 온 이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 여성의 남편인 모씨였다. 처음에 불안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상담소를 들른 이주노동자인가 보다 했는데,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더니 대뜸 가출한 아내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집 나간 아내와 연락이 닿을 만한 외국인들에게 전화하여 아내가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한국 남편은 이전에 있었지만, 가출 아내를 찾아달라는 사람은 처음 봤다.


상담소는 수사기관이 아니라서 사람 찾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니, 낙담한 표정이 역력하다. 돌아가 달라는 말을 하려다가 기댈 데 없어 찾아온 그의 처지가 마음을 약하게 했다. 눈에는 핏발이 서고 흥분한 탓인지 말을 더듬는 그를 안정시킬 필요는 있었다. 나이는 38세. 이혼 전력이 있으며, 아내와는 15살 차이가 난다. 6개월 전에 알선업자를 통해 결혼했고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없다. 본인 말로는 잠시 일을 쉬고 있다고 한다. 아내가 집을 나간 건 한 달 전이며, 경찰과 출입국에 가출 신고는 해두었다.


그는 아내가 가출한지 며칠 후 집을 옮겼다고 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아내가 집에 돌아올 경우를 생각했어야 되지 않느냐고 내가 말하니, 동사무소 가서 알아보면 바뀐 주소를 찾을 수 있으니 문제없다고 대답한다. 좀 뜨악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아내가 아직 한국어도, 한국 물정에도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는 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했다.

아내를 찾으면 그 뒤에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당장 이혼하고 자신의 손으로 베트남에 돌려보내고 말겠다며 목청을 높인다. 가출한 아내와의 이혼이 목적이라면 무작정 찾을 일이 아니라 좀 기다렸다가 본인이 없어도 이혼이 가능할 수 있다고 하니, 자기 손으로 법정에 세우고야 말겠다고 한다.

아내를 찾아 이혼 재판에 들어갈 경우 만약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아내는 본국에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남편의 학대로 집을 나간 이주여성의 경우를 말해주며, 아내가 가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이 생활력을 잃은 이후 아내를 다소 힘들게 한 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힘들게 했는지 하는 말은 남자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혹시라도 아내가 상담소에 찾아오게 된다면 그때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후 남자를 돌려보냈다.

결혼중개업자의 알선으로 저개발국가 출신 여성과의 결혼에 이른 남성들은 경제력, 나이, 기타 개인 사정 등으로 국내에서 배우자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은 국제화시대에 새롭고 다양한 가치관을 일깨워주는 가족 모델이라고 말해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국내 결혼 시장에서 퇴출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택하는 대안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문화가정이 안착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혼란과 어려움을 당사자들에게만 맡겨 놓을 일은 아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정책은 이주여성을 상대로 요리, 살림, 한국어 교육 등 초보적이고 기초적인 영역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이주여성의 한국 남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문화가정의 진통은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지 개인들만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남자는 얼마 뒤에 다시 상담소를 찾아온 적이 있다. 아내를 찾아달라고 한 부탁을 실행하고 있느냐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남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흔들리고 있었다. 아내의 가출이 길어지면서 마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전에 했던 말을 반복해야 했다. 남편은 상담소가 다른 지역에도 있느냐고 했다. 전국에 많이 있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한다. 무엇을 알겠다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쯤 남편은 방방곡곡의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는 다 뒤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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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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