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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나 축복받는 생일을 위하여

 

유용수 팀장

 

내 생일은 611일이다. 특별한 날일 리는 없지만 그래도 생일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괜히 이 날을 의식하게 된다. 평소의 날보다는 뭔가 특별한 날이라고 내 내심은 느끼는 것 같다. 어디 나한테만 그럴까. 태어난 날은 누구에게나 각별하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 같은 일반인에게 생일은 눈치 빠른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이 제때 소문을 내줘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날이 되고, 위대한 성인이나 종교 창시자, 인간의 몸을 한 신성이 세상에 온 날은 만인이 축하하는 날이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 탄생의 축복을 조금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은 새 생명의 태어남이 더 기쁜 때라고 여기고 싶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12월에 많은 이주민 임신 여성들이 나를 찾아왔다. 임신한 이주 여성이 찾아오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임신 여성 중 체류 자격이 없다면 산전 진단과 출산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한다. 산전 진단은 기본적인 것만 하나 받아도 최소 몇 만원은 든다. 이러니 비보험 출산 비용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만약 일이 잘못되어 순산을 못하면 그 비용은 더 까마득하다. 그러나 걱정을 가득 안고 찾아오는 이 여성들에게 나는 해 줄 것이 없다. 미등록 이주민이 의료 지원을 기대볼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인 정부의 외국인근로자지원사업은 올해 예산이 진작 소진되었다. 예년보다 더 빨랐다. 천만 다행히도 생명터 미혼모자의 집으로부터 취약계층 임신출산 지원 프로그램 (MOM) 든든사업을 실시하니 필요하면 지원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미등록 임신 여성을 물색하여 30명을 소개해 줬다. 그러나 예산의 한계 탓에 절반 밖에 혜택을 입지 못했다. 나머지는 출산 비용을 어디서 조달해야 할까.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주민들을 도와줄 길이 없으면 내가 더 안타깝고 미안하다. 안면 있는 산부인과 의사가 있으면 우는소리를 해보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 경남이주민센터에 봉사 활동하러 오시는 창원시의사회 엔젤클리닉 소속에도 산부인과 병의원은 없다.

 

자신의 탄생이 축복받지 못한다는 것을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안다면, 엄마가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해주려고 낯선 나라에서 동분서주하며 도움 얻을 데를 찾아다닌다는 걸 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모든 정책이나 제도의 출발점은 상식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어떻게 키울까가 아니라 어떻게 낳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최소한 우리나라 땅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정부나 당국의 인식에 자리 잡는다면 좋겠다. 생명의 존엄함 앞에 그 부모의 체류 자격은 아주 작은 일이라는 인식이 그렇게도 위험하고 이상한 일일까. 정부 당국에게 묻고 싶다. 이맘때 말구유에 놓인 어린 신성을 생각하며 목숨의 신성함을 절실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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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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