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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노동절 122주년을 맞아 경남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5.1 노동절은 한국의 아름다운 봄과 함께 찾아옵니다. 한국에 와서야 5월이 눈부시게 화사하고 아름다운 계절임을 알았습니다. 이주노동자인 저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노동절이 뭔지 몰랐습니다. 이날이 법정 휴일이라는 것도 당연히 몰랐습니다. 5월 1일에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일하는 날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날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니 쉬겠다고 말하면 우리 사장님이 뭐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엊그제도 친구 한 명이 잡혀갔습니다. 한국어를 술술 잘 말하고 김치와 라면, 치킨을 즐기는 친구입니다. 자격증만 없을 뿐 못하는 일도 없습니다. 오랫 동안 떠나온 자기 나라는 이제 친구한테는 낯선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거기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친구가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돌아가겠다고 귀국을 늦춘 것이 벌써 여러 해가 지나버렸습니다. 제 친구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돌아가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십중팔구 제 친구는 한국에서 번 돈에다 다시 친척의 돈을 빌려 또 다른 나라에 이주하려고 애쓸 것 같습니다. 제가 태어난 나라에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미래가 없거든요. 슬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하여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빈곤과 범죄는 가까이에 있지만 행복하고 안전한 미래는 우리들이 탐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희망 없는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2세의 미래도 한국에서 계획해야 하는 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비자가 없는 친구들의 자식들은 대사관에 출생신고도 못하고 한국에도 등록할 수 없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길 없는 무국적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를 보육시설에도 보내지 못하고 더 크면 학교 보낼 일을 생각하면 암담하지만, 빈곤을 대물림해 주는 것밖에 없는 본국보다는 한국 땅이 아이에게 더 가능성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가난한 나라의 젊은이들에게는 기회와 희망의 땅이긴 하지만, 우리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몇 외국인이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이후로 우리 같은 이주민의 이미지가 무척 나빠진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도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친구와 우리말로 대화하면 한국인 승객들이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시끄럽다고 화를 냅니다. 외국인 때문에 범죄가 늘어난다,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험담도 자주 듣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범죄 피해를 당했는데도 비자가 없어 추방될까 봐 신고도 못한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길 가다 경찰차만 봐도 숨을 곳을 찾는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우리들 때문에 공장을 돌릴 수 있다고 흐뭇해하는 사장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돼 일을 그만두고 나가는 한국인 청년들을 생각합니다.

 

한국의 조직적인 노동 단체들과 인권운동가들은 한국 땅에서 소비생활을 하고 세금 내며 살아가는 우리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한국의 미등록 이주민만 17 만명입니다. 10년 이상 장기 미등록 체류자는 2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무국적자 아이들의 통계는 잡히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130만 이주민들은 생김새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언제든 차별대우를 받아야 할 위험에 있지만, 이것을 막아줄 법이 없습니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이 이주민들을 합리적인 틀에서 포용하고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안겨준 한국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보편적 인권과 노동의 가치도 존중하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한국이 130만 이주민과 공존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장미꽃이 화사한 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우의의 손길을 내밀며 각자가 꾸는 꿈이 만나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요구>

1. 한국 정부는 UN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준수하여 이주노동자의 이직 제한 등 불평등을 개선하고 가족 동거권과 이주아동 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2. 한국 정부는 인종과 민족에 따른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법률 제정에 힘쓰기 바란다.

3. 한국 정부는 무국적자 아동의 인권과 교육권을 보장하기 바란다.

4. 한국 정부에 장기 미등록 체류자 사면을 통한 합리적인 외국인력 운용을 촉구한다.

 

 

2012. 5. 1

 

경남이주민센터, 경남이주민연대회의 소속 각국 교민회 일동(소속단체: 중국교민회, 필리핀교민회, 파키스탄교민회, 네팔교민회, 베트남교민회, 태국교민회, 몽골교민회, 방글라데시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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