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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보도자료는 12월 19일(월) 조간 이후 보도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각 방송, 언론과의 협의 사항이니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보도자료


경남이주민센터는 지난 8월 1일~10월 31일까지 경남 지역 14개국의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과 생활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12월 18일 유엔세계이주민의 날을 기념하여 정부에 유엔이주민권리협약 비준을 촉구하며, 취합한 설문지 433부를 분석한 결과를 배포하고자 합니다. 이 결과물이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취재 보도 협조를 요청합니다.



첨부: 1. 성명서 (참조-‘UN이주민권리협약’ 주요 쟁점)

2.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요약본

문의: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대표, 정책기획팀 정문순 ( 277[237]-8779 )

경 남 이 주 민 센 터

이사장: 강재현 변호사

대표: 이철승 목사


성 명 서
12월 18일은 ‘세계이주민의 날’로서 1990년 UN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약칭 ‘유엔이주민권리협약’)을 채택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되었다. 이 협약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과 노동권, 사회권에 기초하여 이주민과 그 가족에 대해 원칙적으로 거주국의 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요 권리로 는 법률적 근거 없이 강제추방 당하지 않을 권리, 가족과의 동거 권리, 아동의 거주국 국적 취득 권리, 거주국 국민과 동등한 사회복지 서비스 권리 등이 있다. 2009년 현재 42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해 있으나 인력 송출국인 저개발국에 집중되어 있을 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EU, 미국, 일본 등 이주민 유입국 중 상당수는 아직 가입을 꺼리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자유권, 노동권, 사회권을 거주국 국민과 동등하게 규정하고 있는 유엔이주민권리협약은, 비전문 취업자의 정주화 방지라는 한국 정부의 폐쇄적인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 인권단체들의 숙원인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는 2007년에 이루어졌지만, 그 대체물인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장기 체류를 통한 숙련화,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사업장 이동, 가족 동반 입국 등을 철저하게 규제함으로써 취업자들을 고용불안, 숙련화 제약, 각종 인권침해에 노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점은 본 단체가 경남 지역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도 드러나고 있다. 고용허가제 취업자들은 높은 입국 경비, 신분증 압류, 산재 노출, 산재 처리의 어려움, 높은 이직 희망 등의 고용상 불평등과 인권 피해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규탄을 받고 있는 자의에 의한 사업장 이동 금지 규정은 한국이 가입되어 있는 ILO의 규정 위반이며,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로부터 2006년, 2010년 철폐와 제도 개선을 권고받은 바 있다.
무엇보다 유엔이주민권리협약을 낳게 한 직접적인 동인인 미등록 초과 체류자의 존재에 대해 정부는 17여만 명에 이르는 그들을 범법자로 몰아 강제추방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체류 자격을 초월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한 협약의 정신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 더욱이 체류 비자가 없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 따라 ‘불법체류자’의 지위가 매겨져 무국적자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 다문화사회를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한국의 현실이다.
정부가 한국에 영구 거주할 결혼이민자만 보호하고 이주노동자는 정주화 금지의 대상으로 이분화 정책을 펼치는 한 다문화사회 정책은 허울과 위선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저출산 현실을 고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고 싶은 수십만 명의 젊은 미등록 이주 노동력과 그들의 2세들을 왜 솎아내어야 할 대상으로만 취급하는지 안타깝다.
사람들은 흔히 이주민의 존재를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세계 1억 7천백만여 이주민의 행렬에서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680만여 명의 국민이 해외 전역에 나가 있는 지금의 한국은, 국내 거주 이주민이 140만여 명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인력 송입국이라기보다 송출국에 더 가깝다. 우리는 타국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동포들의 사례를 접하며 쉽게 분노하지만, 우리 자신부터 이 땅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배려할 때만이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민의 권리 보호를 요구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주장
1. 한국 정부는 UN의 일원으로서‘UN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하루 속히 비준하라.
2.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주요 체류 국가에 대해‘UN이주노동자권리협약’비준을 촉구하라.
3.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을 폐지·보완하여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라.
4.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양성화 정책을 추진하라.
5. 정부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자격과 사회권을 보장하라.
6. 유엔이주민권리협약의 정신에 비추어 이주민 차별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경남이주민센터

주요 쟁점 비교

유엔이주민권리협약

한국

16조 4항 법률에 규정된 절차 없이는 자의적으로 체포되거나 억류되지 않는다.

법률적 근거 없이 미등록 불법체류자의 일률적인 체포와 억류 행해짐. 현행 법 체계에서 불법체류자는 행정위반자이지 범법자가 아니므로 적용할 법률도 없음.

22조 1항 집단적 추방 조치는 금지된다.

금지되지 않음 (안산 등지의 대규모 단속)

22조 2항 법률에 따른 결정에 의해서만 당사국의 영역에서 추방될 수 있다.

법률적 근거 없이 미등록 불법체류자의 일률적인 강제퇴거 조치 이루어짐.

22조 4항 사법당국의 최종판결이 있기 전까지 무죄를 소명할 권리가 있다.

사법 판결 받기 전이라도 강제퇴거 당함(이주노조 간부, 문화운동가 ‘미누’ 퇴거 사례)

24조 2항 모든 어린이는 출생 후 즉시 등록되고, 성명을 가진다.

부모가 미등록 불법체류자면 자녀도 체류 불가

24조 3항 모든 어린이는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가진다.

부모가 미등록 불법체류자라면 자녀도 동일. 속인주의 적용

제25조 1항 근로조건에서 고용국 국민보다 불리하지 않은 취급을 받는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노동자와의 ‘합리적 차별’ 허용. 고용허가제 독소조항: 자율적 이직 금지, 구직 기간(2개월) 제한, 업종 전환 사실상 불가능

제27조 1항 취업국 국민과 동등한 사회보장제도를 적용받는다.

사회보험만 제한적 적용. 합법 거주자는 외국인전용보험, 4대 보험 적용.

제40조 1항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가진다.

이주노동조합 간부 표적단속 후 강제추방

제44조 1항 당사국은 이주노동자의 가족결합을 보장해야 한다.

고용허가제 취업자 가족 동반 입국 금지

<첨부>

 

경남지역 이주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 요약

 

경남이주민센터는 2001년부터 해마다 경남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생활실태를 조사해왔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에는 고용허가제의 맹점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는 8월 1일~ 10월 31일 경남지역에 취업 중인 이주노동자 433인을 대상으로 노동 환경과 생활 실태 전반을 설문조사하였다. 문항은 인적사항, 입국과정, 직장생활, 일상생활, 산업재해 등 5개 항목에 걸쳐 이루어져 있다.

 

1. 결과 분석

 

1) 이번 조사 대상자 중 이주노동자의 평균 모델은 20대 후반의 고졸 이상 학력의 남성 합법취업자: 이주노동자의 성별은 남자가 86.8%(376명), 여자가 7.2%(31명)이다. 이는 한국의 비전문 외국인 취업 구조가 남성 노동력을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참고로 아시아권에서 이주인력을 많이 쓰는 대만은 이주노동력의 70%가 여성 가사취업자이다.

학력은 고졸이 39.5%(171명)로 가장 많으며, 고졸 이상 학력자는 83.7%(362명)에 이르는데, 2010년 국내 노동자 중 단순노무직 종사자 학력이 평균 중졸 이하로 나타난 것과 대비된다. 국적은 베트남이 24.9%(108명)로 가장 많았으며, 합법 체류자가 75.8%(328명)이다. 합법 체류자는 지난 해 68.6%에 비해 늘었다. 합법 체류자의 대부분은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비전문 취업자다.

연령은 25~29세가 31.4%(156명)로 가장 많았고, 전체 연령 중 ‘34세 이하’가 66.5%를 차지하고 있어, 이 연령대가 이주노동자의 핵심 연령층임을 알 수 있다. 이는 2010년 국내 단순노무 종사자 연령대 중 50~59세가 28.7%로 가장 많고 50세 이상이 55.6%를 차지하며 15세~28세가 8.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전문 업종에서 내국인 청년 노동력이 빠진 자리를 외국 인력이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기로에 선 비전문 외국 인력 단기취업 구조: 입국 연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1년 이상~2년 미만’이 21.7%(94명)로 가장 많았다. 단기 체류자가 많은 것은 정부가 장기 체류 가능성이 높은 미등록 불법체류자들을 단속을 통해 강제퇴거 시키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이를 근거로 정부는 고용허가제 정착과 불법체류자 퇴거의 성공을 장담해 왔다. 그러나 5년 이상의 장기체류자들(17.4%)의 존재는 정부의 장담이 근거가 부족함을 보여주며, 고용허가제의 허점을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행 비전문 외국인 취업자는 체류 기간이 최대 5년 미만이다.(5년이 넘으면 영주권 자격이 생기므로 그것을 막기 위한 조처임.) 정부는 내국인 인력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에 대해서는 영주를 엄격히 제한해 왔다. 그러나 단기 고용 위주의 외국인 취업 정책은 숙련성 저해, 고용불안, 노동권 침해, 불법체류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정주화 금지를 못박고 단기 취업자만 원했던 정부 방침과 달리 현장에서는 한국 체류 경험이 많은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최근 비전문 취업자 중 숙련성이 입증되는 노동자에 한해서는 영주권 취득이 가능한 사증을 신설하였다. 이 사증이 확대된다면 비전문 취업자 정주화 금지의 단기취업 정책은 전환을 맞을 수밖에 없다.

 

3) 돈이 있어야 한국에 취업할 수 있어: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과정에서 높은 입국 경비를 치르고 있다. 입국 경비의 평균금액은 고용허가제 사증 입국자가 225.67만원이며 기타 사증 입국자들은 그 2배가 넘는 537.30만원이었다. ‘뇌물’ 지급 관행 또한 여전히 만연했다. 응답자의 16.2%(70명)가 입국 과정에서 뇌물을 지급하고 들어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균 뇌물 금액은 373.27만원이었다. 또 뇌물을 준 응답자의 24.3%는 ‘뇌물이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과도한 입국 경비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초과 근로, 사업장 이탈, 불법 체류 등의 폐해를 낳는, 잘못 끼운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4) 한국 취업을 가로막는 높은 기회비용: 이주노동자의 입국 경비나 학력 등을 볼 때 이들이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 취업을 선택했지만 그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수백만원의 입국 경비와 때로는 입국 경비에 맞먹는 뇌물을 조달할 능력을 갖춘, 고학력 출신이어야 하는 것이다. 학력도 사회경제적 지위와 분리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임을 생각할 때 결국 본국에서 일정한 경제적 여건이 있어야 한국 취업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이는 해외 단순노무직 취업조차 쉽지 않은 저개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5) 근절되지 않는 신분증 압류: 이주노동자가 입국하여 취업하면서 가장 먼저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행태가 자신의 신분증(여권, 외국인등록증)을 압류당하는 것이다. 이는 산업연수생 제도에서 이탈 방지를 위한 사용자의 자구책으로 정당화되고 행정당국에 의해 묵인되어 왔는데, 연수생 제도가 사라진 지금도 나쁜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체 응답자 중 11.1%는 회사가 여권을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6) 같은 직종의 내국인 노동자보다 46만원 덜 받고, 최저임금 상승분보다 임금 인상률 떨어져: 이주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03시간이며, 월 평균임금은 158.01만원(2010년 154.92만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2010년 국내 전체 비정규직 단순노무종사자 월 평균 근로시간은 170.4시간(일평균 환산 5.7시간)이며 월평균임금은 105.60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일평균 11시간 근로하는 외국인 취업자의 월임금은 203.79만원이 되어야 한다. 158.01만원 받는 이주노동자는 같은 직종의 국내 월평균임금보다 46만원 가량 덜 받는 셈이다.

또한 2011년 최저임금은 2010년보다 5.1% 인상됐지만 본 조사에서 2011년 취업 외국인의 평균임금 1,580,100원은 2010년 1,520,740원보다 3.9% 인상되는 데 그쳤다. 2010년과 2011년 근로시간이 11시간으로 변함이 없는 만큼 이주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 인상폭조차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7) 시간외근로로 보충하는 임금 임금이 낮을수록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 시간외근로를 통해 저임금을 보충하는 경향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일반적이다. 48.6%는 한 달에 2번 이상 휴일에도 일하며, 20%는 매일 잔업을 하고 있으며, 18.9%는 격주로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8) 노동의욕을 떨어뜨리는합리적 차별’: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직장 생활에서 ‘낮은 임금’ 8.3%(36명), ‘인격적 대우’ 5.8%(25명), ‘외국인에 대한 차별’ 5.3%(23명) 등을 심각한 문제로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 세 가지 문제는 서로 연동되어 있는 것이다. 직장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격적 무시와 외국인 차별은 열악한 고용 환경과 떼어놓을 수 없다. 동료 한국인 노동자와 비교하여 상여금이 적용되지 않고, 근속기간이 무시되고 최저임금제에 묶인 임금 체계 자체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외국인 차별과 인격적 무시를 느끼게 하는 구조적 요인들이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노동자와의 ‘합리적 차별’은 적법하다고 명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들이 느끼는 직장내 차별 문제는 법과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9) 절반이 이직을 원한다: 이주노동자들은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변경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모두 40.4%이며,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이유는 적은 임금 때문이라는 응답이 33.7%(59명)로 월등하게 많았다.

 

10) 폭력 가해자는 한국인 동료: 이주노동자의 17.8%(77명, 지난 해는 16.4%)는 폭행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해자는 ‘직장내 한국인 노동자’가 55.7%(49명)로 가장 많았으며, ‘직장 관리자’ 22.7%(20명), ‘사장’10.2%(9명) 순이었다.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는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거나 외국인 담당 부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업무상에서도 명확한 직무 체계가 없고 대부분 현장의 한국인 동료들로부터 교육 받고 작업 지시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이 한국인 동료들과 갈등을 빚을 경우 폭력으로부터 방어할 수 없는 환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11) 저축할 돈이 없어: 이주노동자가 자국에 송금하는 돈은 월 평균 107.31만원(지난해 96.18만원)이었다. 한 달 평균 생활비는 21~30만원이 30.3%(131명)로 가장 많았고 월 평균 생활비 30만원 이하가 절반에 육박하는 49.7%를 차지했다. 이주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을 150만원, 월 생활비를 21만원, 송금액을 월 107만원으로 잡을 경우 매월 남는 돈은 22만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번 돈의 대부분을 가족에게 보내는 수준의 경제활동으로는 저축 여력이 없으므로 장차 취업을 마치고 본국에 귀환한 뒤의 삶을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이주노동자의 송금이 늘면서 송금 액수는 1달에 7천 50억 규모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가 있으므로 시중은행들이 얻는 송금 수수료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노동자를 통해 얻는 이득이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도 이주민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2) 10명 중 3명은 산재피해 당해: 작업장의 유해요인 및 조건 중 가장 불만족스러운 것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분진’ 10.2%(44명), ‘소음’ 6.7%(29명), ‘반복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 6.5%(28명)을 꼽았다. 또 직장에서 정규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은 이는 52.2%(226명)이며, 직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했다는 응답도 52.4%(227명)로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에 불과했다.

또 33.9%(147명)는 산재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산재 피해자 중 피해 횟수는 평균 1.75번에 달해 산재가 일어나도 작업장 환경이 개선되기 힘든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산재 피해자들은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처리했다는 응답은 19%(28명)에 지나지 않았다.

 

13) 불법체류자보다 못한 고용허가제(E-9) 취업자들

고용허가제 취업자들의 입국 비용은 평균 225.67만원(238명)이다. 고용허가제 외 사증으로 입국한 이의 평균 입국 비용 537.3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송출 비용이 1,000달러(한화 약 110만원) 정도라고 한 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고용허가제 도입은 송출 비리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고용허가제 사증 입국자들도 본국 정부에 정당하게 지불하는 공식 경비만 드는 게 아니었으며, 뇌물 제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입국 과정에서 비공식적 경비인 뇌물을 제공한 고용허가제 사증 입국자는 전체의 12.2%로 나타났다.

한편 근로조건을 조사한 결과, 고용허가제 취업자의 평균 업체 이동 횟수는 1.51회로서 불법취업자의 2.82%보다 낮다. 그러나 고용허가제(E-9) 취업자 중 업체 변경을 희망하는 사람은 41.9%로, 업체변경을 원하지 않는 30.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산업연수생 제도 시절 악명 높았던 신분증 압류 역시 고용허가제 취업자들을 비껴가지 않았다. E-9(고용허가제) 취업자의 경우 12.7%(41명)는 회사가 여권을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고용허가제 취업자 중 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7.8%(71명)에 이른다. 끝으로 E-9 취업자의 산재 횟수를 알아보니, 1번이라도 산재를 당했다는 사람이 34.6%(138명)에 이르며, 산재 처리에서도 고용허가제 취업자가 대부분인 합법취업자들의 경우 ‘산재보험을 통한 치료’가 22.9%(24명)에 불과하여 ‘사업주의 치료비 부담’ 31.4%(33명)보다 낮게 나타났다.

덧붙여 고용허가제 취업자는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단기 체류 자격 때문에 언제든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험을 상존하고 있다.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취업 기간 도과 후 미출국자는 전국적으로 총20,110명, 창원 지역은 1,021명에 달한다. 본 조사에서 고용허가제 사증 입국 후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은 전체 불법체류자의 50%에 달하고 있다.

 

2. 과제

 

1) 단기순환식 취업구조 개선 ?비전문 인력의 정주화 금지 폐지, 고용허가제 독소조항 개선

합법취업자 중심의 고용 구조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향상과 정부 외국인 정책의 안정적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7년이 지난 현재 겉으로는 외국인 비전문 단순기능 취업구조가 뿌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취업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의 근거가 되었던 산업연수생 제도의 높은 송출료, 송출비리, 저임금, 초과노동, 인권 침해, 미등록 불법 체류자 증가 등의 숱한 문제들은 고용허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개선 효과가 미미함을 보여준다. 산업연수생의 높은 송출료는 고용허가제 취업자의 수백만원에 달하는 입국 비용으로 대체되었고, 뇌물 관행도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제에 기초를 둔 저임금 구조와 내국인과의 차별적 대우를 ‘합리적 차별’로 명시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이 연장, 야간 근로 등 시간외노동으로 저임금을 보완하지 않을 수 없게 했고, 절반에 가까운 이직 희망에도 불구하고 자유 의사에 따른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는 조항은 취업자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장 이동 금지는 한국이 가입한 ILO 규약 위반이기도 하거니와, 위헌 소송까지 제기되었다.

정부의 호언과 달리 고용허가제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 산업재해 유발적인 노동환경 등의 인권착취적인 노동조건, 높은 송출 비용 등으로 안정적인 재생산 구조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에 와있다. 내국 인력 보충이라는 애초의 취지에서 벗어나 한계기업의 연명을 위한 초과착취적인 고용 체계, 정주화를 막기 위한 단기순환 인력 구조라는 두 개의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고용허가제는 갈수록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정부가 사용자들의 고용 편의를 위해 5년 미만에 묶인 체류기한을 풀고 제도 개선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단기순환식 인력 도입 구조는 전환을 맞고 있다.

5년을 넘어 연장 체류가 가능해지는 것은 사용자와 이주노동자 모두에게 이익일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편의에 호응하기 위해 마련된 측면이 크다. 고용허가제가 사용자의 이익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쪽으로 자리를 굳혀왔다는 점에서 이주노동자의 고용 연장이 가능해지거나 단기순환 정책이 재고되는 것은 이주노동자에게는 희소식 못지않게 새로운 극복 과제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권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더 무겁게 작용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기울어진 일방적인 관계, ILO 규약에 위배되는 사업장 이동의 제한, 구직 기간의 제한 등의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은 근본적으로 쇄신되어야 한다.

 

2) 지속가능한 중소 제조업 모델 강구- 노동허가제 병행 도입, 고용부담금 제도 도입

지난 7년 동안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흘러 왔지만, 기능직, 숙련성에 따른 노동허가제도와의 병행적 제도 도입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단계에 와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노동허가제: 고용허가제가 사업주의 일방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외국인 취업자를 사업장에 묶어두는 제도인 데 반해, 노동허가제는 일정한 체류 기한을 넘겨 기술과 숙련성을 확보한 비전문 취업자에게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게 하고, 내국인에 준하는 자유로운 취업 활동을 부여함.)

또 한계기업들이 외국인 고용을 통해 구조조정을 겪지 않고 안정적인 재생산에 성공하고 있으므로 고용부담금 제도(LEVI)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내국인 노동시장 보호기능뿐만 아니라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를 조절하는 시장 메카니즘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계기업들이 내국인 대신 헐값에 이주민을 부려 산업구조조정을 방해한다는 오명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는 고용주에게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고용부담금제도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경영합리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제조업 모델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의 근본적 취지는 내국인 시장의 보완에 있지만 애초 취지를 벗어나 고용허가제는 한계기업들의 저임금 유지 전략으로 오용되고 있다. 이를 방치하다가는 외국인 취업자의 노동권 악화는 물론이고 내국인 고용 시장도 흔들릴 수 있으므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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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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