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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에 즈음한 다문화가정 및 국내 체류 이주민 정책 공약 제안

 

1. 공약 제안 배경

지난 1990년대초 비전문 외국 인력을 도입한 이래 한국은 다문화사회에 급속히 진입하면서 이주민 정책 또한 많은 부분에서 개선을 보이고 있다. 비전문 외국인 취업 제도를 다듬어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했으며,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을 통해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이주민을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정부가 자발적으로 법규를 만든 것이라기보다 인권 운동 단체나 이주민 지원 단체들의 끈질긴 목소리가 정부 정책의 개선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이주민의 인권 신장을 가로막는 잔재가 남아있어 개선 대책이 요구된다. 물론 혈통 민족주의가 여전히 강하고 문화의 단일성이 강조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이주민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들은 부딪쳐야 할 난관이 많다.

경남이주민센터는 다문화정책과 관련한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직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부분은 존중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유엔에서 마련한 법제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판단하는 3가지 부분, 즉 인종차별금지, 이주아동 권리 보호,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노동자 구제 등에 관해서는 적극적인 개선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총선 시점을 맞이하여 각 정당에서 앞다투어 이주민 지원 정책을 발표하리라고 기대한다. 각 정당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이주민 영입을 시도하는 것도 선거철마다 일어나는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소위 ‘표심’을 위한 전략에 그친다는 우려가 있었다. 일례로, 2000년대 초기에 ‘현대판 노예제’라는 악명을 떨치던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에 대한 폐지 여론이 드높던 시절,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연수생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선거 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도로 물린 적도 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이번 19대 총선만큼은 정당들이 선거 표를 의식한 선심 공약을 남발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이주민 지원 정책을 갖추기를 바라며, 본 단체가 제안하는 개선 과제들이 십분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2. 주요 3개 정책 개선 방향

1)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도입 취지>

외국인이거나 또는 국적을 취득했음에도 인종적 특성을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다.

2011년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민자의 57.4%가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호소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되어 인종차별 결정을 받은 사례들 중에는 2007년 아프리카인의 레스토랑 출입 거부, 2008년 아프리카인의 상업시설 출입 제한, 2008년 외국인 산재노동자의 직업재활훈련 신청 거부, 2009년 외국인의 인터넷전화 이용 차별, 2010년 외국인의 모기지 보험 가입 거부 등 다수가 있다. 국가인권위가 차별 시정 권고 결정을 내린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해 9월 부산에 거주하는 국적취득자 구수진 씨가 용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대중목욕탕 이용을 거부당한 사건이다.

또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는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1978년 유엔 인종차별협약을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1985년, 1993년, 2004년, 2007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인종차별 시정 요구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인종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움직임은 이미 있었다. 2009년 시내버스에서 몰지각한 한 내국인 남자가 외국인을 인종적으로 모독한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당시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인종차별금지법을 마련하여 입법예고에 돌입한 적이 있다. 그러나 보수단체와 일부 종교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공청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한 채 몇 년 째 국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중이다.

또 지난 해 대중목욕탕 외국인 출입 거부 사건을 계기로 경남이주민센터는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에 이주민 225명의 서명과 함께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주민이 140만 명을 넘어섰고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재편하는 한국 사회는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민을 보호하고 사회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과제를 더는 늦출 수 없게 되었다. 대표적인 다인종?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경우 흑인 민권 운동의 열풍을 계기로 1964년 존슨 행정부 시절 민권법을 제정하여 인종차별 금지와 사회통합의 기초를 닦았다. 한국 역시 다문화사회 진입 초기에 해당하는 지금이라도 단일문화권의 틀 속에 있는 법을 바꾸고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값비싼 홍역을 치를 수도 있다. 벌써부터 김해 구 상권 이주민 거주 지역의 게토화 현상이나 이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 등 인종 분리?차별이 이미 현실에서 구조화되고 있다.

<내용>

헌법상의 평등 이념과 인간 존엄성에 근거하여 고용, 혼인, 주거, 교육, 인간관계 등에서 인종이나 출신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함. 대표적으로는 사법기관 앞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한 안전 및 보호를 외국인도 동등하게 받을 권리 등이 있음. 단 차별금지의 예외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면 명확하게 규정함.

<쟁점>

현재 한국 법체계에서 차별 금지가 법적으로 마련된 영역은 여성이나 장애인 고용 등 일부에 그치므로, 인종차별금지법을 마련할 경우 당장은 형평성의 시비를 부를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다른 소외 계층의 차별 방지법을 제정하는 데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함. 그러나 인종차별 금지 영역을 정치?사회적인 영역에 한정할 것인지, 삶의 전 영역까지 포괄할 것인지는 신중히 검토함.

2) 이주아동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취지>

2010년 현재 국내에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출신의 미성년 아동들이 2만5천명 ~ 3만명 가량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단기체류비자를 받아 부모와 동반 입국한 후 출국 기한을 넘긴 미등록 체류 상태에 있는 아동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불법체류자의 자녀로 출생하여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무국적 자녀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부모가 본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출생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본 단체가 제안하는 이주아동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은 부모와 동반입국한 후 부모와 함께 불법체류자로 전락했거나 한국에서 불법체류 신분의 부모에게서 출생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다.

속인주의(屬人主義)를 따르는 한국은 출생한 나라가 아니라 부모의 체류 자격에 따라 그 자녀도 체류 자격이 결정되므로, 불법체류자의 자녀도 불법체류 신분을 대물림 할 수밖에 없다. 국민국가와 혈통주의에 근거한 이러한 속인주의는 ‘죄 없는’ 미성년 이주민 자녀들의 처지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근거가 없는 무국적자 아동들은 의료, 교육 등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권과 사회복지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무국적자 아동이 학교를 못 다니는 등 기본권 유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의무교육과정의 경우 개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취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고, 졸업을 앞둔 취학 아동이 있을 경우 불법체류자 부모의 자진출국 시한을 한시적으로 늦추는 등의 조처를 취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주아동의 인권 보호를 근본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불법체류자 자녀에게 체류자격을 주지 않는 현행 법의 틈새를 타고 탈법도 뿌리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병·의원과 결탁하여 불법체류자 자녀를 국민의 출생 자녀로 위장하여 국적을 얻게 하는 브로커가 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이 각기 제정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관한 국제협약’과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는, 모든 아동은 출생과 동시에 출생 국가에 등록되고 출생국의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갖는다고 되어 있다.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이주아동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무국적 신분의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2010년 한나라당 김동원 의원이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 일부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아동 인권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바야흐로 법 제정의 기운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내용>

무국적 아동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특별체류자격을 부여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 의료, 사회보장서비스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서 내국인 아동이나 등록 이주아동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 특히 출입국 공무원이 불법체류자의 자녀를 추적하여 그 부모를 검거하는 행위를 엄금. 국내에 부모나 보호자가 없는 아동의 경우 정부에서 후견인을 지정하거나 위탁양육을 지원.

3) 이주민 특별체류허가에 관한 법률 제정

<취지>

2011년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 중 기간 내 출국하지 않고 체류하고 있는 이들은 17만 여 명에 이르며, 그 기간이 10년 이상을 도과한 이는 13%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이거나 일부 정치적인 이유로 본국 귀환을 선택하지 못하고 국내에 정착한 이들이다.

장기 불법체류자일수록 본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기간이 길어져 가족해체나 다름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이들이 귀환하더라도 가족이나 본국 사회와 재통합 과정을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해체의 고통은 체류자 본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의 이주노동자 귀환운동 단체들에 따르면 타국에 일하러 간 부모와 떨어져 있는 기간이 길수록 본국에 있는 자녀들도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회복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장기 불법체류자들은 단속에 대한 공포로 겪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도 엄청나다. 이들은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거나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러 다니지 못하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야간에만 일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임금체불 등 노동권 피해를 당하기 쉬우며, 사기나 강도 등 범죄 노출 등에도 취약하다. 또 피해를 당하더라도 법적 조력을 받는 데 소극적이다.

정부는 늘 공권력을 통해 불법체류자를 엄단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국가의 행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불법체류자 문제를 강제 퇴거로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필사적으로 도주하려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 시비만 종종 불러왔고 심지어 사망까지 낳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불법체류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국적동포의 경우 정부는 2005년, 2006년 두 차례에 걸친 자진귀국 프로그램(자진귀국한 불법체류자는 출국 후 1년 내 취업 사증을 발급함)을 통해 비로소 불법체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동포 이주노동자에게는 정주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사면 조치를 실시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2003년 고용허가제 도입을 한 해 앞두고 당시 3년 미만의 불법체류자를 대상으로 단 한 차례 부분적 합법화를 실시한 적이 있을 뿐, 장기 불법체류자는 줄곧 배제해 왔다. 불법체류 자체를 범죄로 보는 정부는 미등록 상태의 체류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탓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 등 이주민 유입 인구가 많은 유럽의 경우 자국 문화에 이미 동화된 장기 불법체류자를 우선적으로 구제하는 것이 흐름으로 되어 있다.

한국어에 익숙하고 업무의 숙련성이 뛰어난 장기 불법체류자는 사업장에서 선호하는 노동력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흔히 간과된다. 이들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한 단속으로 솎아내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한국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특별체류허가를 통해 합법적인 노동력으로 흡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측면에도 부합할 것이다.

<내용>

10년 이상을 도과한 불법체류자에게 인도적인 견지에서 특별체류비자를 발급.

<쟁점>

특별체류비자 발급 대상자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5년 이상 국내 체류자는 영주권 신청 가능)도 부여할지, 합법 이주노동자와의 형평성(고용허가제 취업자는 영주권 신청을 막기 위해 5년 미만의 사증을 발급하며, 사용자의 재고용 의사가 있을 경우 만기 출국 후 재입국하여 다시 체류 자격 부여)을 고려하여 영주권을 제한할지는 논의 필요. 독일의 경우 2005년 신이민법 제정 후 사면된 불법체류자는 영주권을 부여하지 않고 한정적 거주권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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